글쓰기 만보: 문장을 다듬는 여정, 그 60년의 노하우

안정효는 평생 동안 약 60년에 걸쳐 세계문학 걸작 150권을 번역해온 1세대 번역가다. 그는 저서 ‘글쓰기 만보(2006)’를 통해 문장력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며, 글쓰기를 집짓기에 비유해 작가로 하여금 문장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고자 했다.


글쓰기를 집짓기로 비유하다

안정효는 작가를 목수, 즉 대목으로 비유했다. 책은 한 채의 집이고, 문장은 그 집을 구성하는 기둥과 벽돌과 같다. 이는 곧 문장과 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비유로 이어졌다. 아무리 훌륭한 문짝이 있어도 집을 완성할 수 없듯, 단어 하나하나가 집을 짓는 벽돌처럼 중요하다. 글쓰기에서 각 단어와 문장이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장의 삼적(三敵): ‘있’, ‘것’, ‘수’

안정효는 문장력을 떨어뜨리는 세 가지 적으로 ‘있’, ‘것’, ‘수’를 꼽았다. 이 세 단어는 자주 사용되지만 대부분 배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전을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라는 문장은 ‘수’를 빼면서 간결하게 “누전을 일으킬 것입니다”로 수정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누전을 일으키기도 합니다”처럼 더욱 정돈된 표현으로 다듬을 수 있다.

특히 ‘것’은 문장을 흐리게 만드는 주요 요소다. “몸에 좋은 것이 시장에서 잘 팔린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간단히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로 고칠 수 있지만, 안정효는 더 나아가 “몸에 좋다 하면 무엇이나 다 잘 팔린다”라는 명확한 표현으로 다듬었다. 단순히 단어를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나무를 가꾸듯이 문장을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접속사의 문제점: ‘글더듬이’ 줄이기

접속사의 과다 사용은 글의 흐름을 방해하고 글을 덜 촘촘하게 만든다. 안정효는 접속사를 ‘글더듬이’로 묘사하며, 접속사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긴박하고 집중된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접속사를 덜어내어 문장의 밀도를 높이는 과정은 독자에게 더 직관적인 전달력을 제공한다.


문장 다듬기의 필요성: 배제와 고민의 균형

안정효는 ‘있’, ‘것’, ‘수’와 접속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의 강박성을 경계했다. 다른 표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익숙해서 사용되는 경우와, 의도적으로 그러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경우는 구분되어야 한다. 또한, 문장을 다듬기 위한 깊은 고민은 더 많은 독자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러한 고민이 더 나은 글쓰기의 기초가 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