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바꾸는 와인의 맛: ‘천지인’의 예술이 위기에 처하다

기후변화는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와인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닌 ‘천지인(天地人)’—즉, 하늘(天), 땅(地), 사람(人)—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기후 변화가 이 세 요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와인은 ‘천지인(天地人)의 결과물’

하늘[天] –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 기상 여건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하늘’이다. 햇볕의 양(일조량)과 비의 양(강수량), 그리고 산불이나 지진 같은 기상 여건이 포도의 성장을 결정짓는다. 최근 산불, 지진 등 기상이변이 빈번해지며 포도 재배에 있어 많은 도전과제가 생겨나고 있다.

땅[地] – 포도에 영양을 공급하는 토양

‘땅’은 포도가 자라기 위한 양분을 제공하는 토양을 의미한다. 같은 품종의 포도라 해도 어떤 토양에서 자라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렇듯 토양의 특성은 와인의 개성과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사람[人] – 와인 생산자의 손길

와인을 만드는 데 있어 ‘사람’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포도를 언제 수확하고, 어떻게 발효하고, 숙성할지 등 모든 과정은 생산자의 능력과 철학에 따라 결정된다. 사람의 손길은 와인을 단순한 음료가 아닌 예술품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늘이 좋았던 해는 ‘그레이트 빈티지’

와인 양조에 있어 ‘하늘’의 상태는 매우 중요하다. 햇볕이 좋았던 해의 와인은 ‘그레이트 빈티지’라고 불리며, 특히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보르도 역사상 최고로 손꼽히는 1982년 와인은 ‘수퍼 그레이트 빈티지’로 평가받으며 사치품처럼 대접받고 있다. 반면, 비가 많이 내린 해에는 포도 열매가 물을 많이 흡수하게 되어 와인의 맛이 싱거워진다. 이러한 와인은 흔히 ‘물빈’이라 불리며, 그 품질 때문에 다른 해의 와인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곤 한다.

기후가 바꾸는 와인의 미래

기후 변화는 와인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와 캘리포니아의 예를 들어보자.

프랑스의 냉해 – 75년 만의 가장 추운 봄

프랑스는 올해 1947년 이후 75년 만에 가장 추운 봄을 맞이했다. 4월에는 최저기온이 영하 6~9도까지 떨어지며 주요 와인 산지인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지역에 큰 피해를 주었다. 포도나무가 싹을 틔워야 할 시기에 갑작스러운 한파와 눈이 내리며 포도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이를 막기 위해 농부들은 매일 밤 포도밭 곳곳에 양초를 켜 두며 냉해를 막으려 애썼다.

캘리포니아의 가뭄 – 저수량 부족

캘리포니아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섀스타 호수의 총수량이 사상 첫 40%대로 떨어졌다. 캘리포니아 지역 최대 저수지인 이곳의 물 부족으로 인해 농장에 댈 물조차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며, 와인 생산에도 큰 차질이 생기고 있다.

지진과 산불 –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위기

캘리포니아는 또 다른 기후 이변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2014년 8월, 1989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인 6.0 강진이 발생해 나파밸리의 여러 와이너리가 피해를 입었다. 또한 최근 5년간 2017년, 2019년, 2020년 세 차례의 산불로 인해 유명 와이너리 ‘베린저’의 포도밭과 ‘샤토 보스웰’의 석조 건물이 불타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이변이 가져올 와인의 미래

기상이변이 계속될수록 와인 생산량은 줄어들고,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품질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로 인해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와인을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한 프랑스 소믈리에는 “프랑스산 좋은 와인을 실컷 마셔두세요. 수십 년 후에는 ‘신의 물방울’이 ‘신의 눈물방울’이 될 테니”라고 경고했다. 그는 더 이상 포획할 수 없는 진미 앞에 선 것처럼, 지금 와인을 즐겨야만 그 맛을 기억 속에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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