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키운 불씨, 산불 위험일 120일 늘어난 현실

기후위기가 키운 불씨, 산불 위험일 120일 늘어난 현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산불 위험이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김형준 교수팀이 그린피스의 의뢰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연간 산불 위험일이 최대 120일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가상지구 모델(MetaEarth)과 IPCC 6차 보고서 기반의 기후모델을 바탕으로 산불 위험지수를 산출한 결과다. 특히 이 지수는 기온, 습도, 바람이라는 세 가지 기상 요소를 기반으로 산출되며, 수치가 20 이상일 경우 매우 높은 산불 위험 상태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국 평균 산불 위험지수는 10% 이상 증가했다. 산불 위험 시기는 기존 4월에서 3월로 앞당겨졌고, 위험 종료 시점도 늦어져 연간 위험 기간이 확연히 늘어났다. 실제로 경북 지역은 산불 위험지수가 20을 초과하는 날이 최대 151일에 달했으며, 과거 최소 14일에 불과했던 소백산맥 인근 지역에서도 큰 폭의 증가가 관측됐다. 특히 경남은 2월 마지막 주였던 산불 위험이 2월 첫째 주로 앞당겨졌고, 전남은 4월 중순에서 3월 초로 당겨지는 등 전국적으로 시기의 조기화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켰다는 점이 지적된다. 고온과 건조한 기후는 산불 발생의 기저 조건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로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의성과 안동 등에서 발생한 최근 대형 산불 사례는 이를 방증한다. 해당 지역에서는 축구장 6만 개 이상 면적이 소실되고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역대 최대 피해가 집계됐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분석에 대해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 변화가 산불의 위험 시점을 앞당기고, 종료 시점은 늦추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어 그린피스의 심혜영 선임연구원은 “산불은 기후 재난 중에서도 인간 실화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며 “기후 변화로 인해 산불이 더욱 대형화되고 반복되는 재난형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산불을 단순한 화재로 볼 수 없는 시점이다. 기후위기 속 산불은 새로운 재난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에 대한 대응 방식도 전면적으로 재정비되어야 한다. 단기적이고 파편적인 대응으로는 반복되는 대형 산불을 막기 어렵다. 구조적인 전환, 즉 기후위기 자체에 대한 통합적인 대응이 시급히 요구된다.

정책 또한 단순히 산불 방지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그 근본 원인인 기후 변화에 대한 해결을 병행해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더불어 시민 사회 전체가 산불을 일상의 문제로 인식하고 기후 행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산불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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