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끝까지 붙잡는 마음, 『작별하지 않는다』가 우리에게 건네는 사랑의 윤리
― 고통 속에서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단 한 줄기 사랑의 이야기
📖 작품 개요
『작별하지 않는다』는 작가 한강이 5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흰』으로도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번 작품은 2019년 겨울부터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가 연재되며 주목을 받았고, 이후 1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한 끝에 완성되었다.
본래는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작별」과 함께 ‘눈 3부작’의 마지막으로 기획된 작품이었지만, 그 자체로 완결된 독립 서사로 출간되었다. 작품의 배경은 1948년 제주 4·3 사건과 1980년 광주 5·18을 교차하며, 공간적으로는 제주 중산간에서 경산까지, 시간적으로는 반세기를 아우른다. 이 비극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사랑, 그리고 재현의 윤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서사로 구성되어 있다.
🧍 주요 인물
- 경하는 소설 속 화자이자 작가이며, 5월 광주에 대한 글을 썼지만 그것을 쉽게 놓지 못하는 인물이다. 친구 인선의 요청으로 제주로 향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 인선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던 인물로, 현재는 목수로 살아간다. 작업 중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겪고, 경하에게 부상 당일 제주에 있는 집에 가서 새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 정심은 인선의 어머니이자 제주 4·3의 생존자다. 학살로 가족을 잃고, 오빠를 찾는 긴 싸움을 멈추지 않은 채 살아왔다.
📚 서사 구조
- 1부 새는 눈 내리는 꿈에서 시작된다. 경하의 악몽과 인선과의 재회, 눈보라 속 제주로 향하는 긴 여정이 그려진다.
- 2부 밤에서는 정심의 가족사가 등장한다. 아버지는 15년간 감옥 생활을 하고, 어머니는 가족을 한날한시에 잃는다. 경하는 설경 속에서 방향을 잃고, 두통과 감정의 혼란에 빠진다.
- 3부 불꽃에서는 사랑과 고통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진실이 드러난다. 사랑은 기억을 영원하게 만들며,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끝내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 된다.
✍️ 문학적 의미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년이 온다』, 『흰』 등의 연작에서 이어져 온 한강 문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인간의 빛을 향한 고투를 시적인 언어로 표현하며, ‘재현의 윤리’라는 무거운 주제를 진정성 있게 끌어낸다.
눈보라, 불꽃, 어둠과 빛의 대비는 감각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로, 기억과 고통, 사랑의 본질을 담아낸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그 안을 걷는 것이 진실에 이르는 유일한 길임을 소설은 이야기한다.
🌨️ 출판사 제공 시놉시스
작품은 눈 내리는 꿈의 이미지로 시작한다. 벌판에 박힌 검은 통나무, 무덤,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꿈. 인선과 경하의 교차, 그리고 새 구출이라는 현실적 사건을 통해 독자는 70년 전의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정심이 경험한 학살의 상흔과, 인선에게 전이된 고통은 경하에게로 흘러들고, 결국 독자에게까지 이어진다. 이 소설은 지극한 사랑을 통해 삶을 지탱하고,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 비평과 추천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가 작가를 선택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평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윤리에 대한 결연한 답변이자 고통을 재현하는 데 있어 최선의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 한강은 이 작품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독자는 눈보라 속에서 사랑의 무게와 고통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 저자 정보
한강은 1970년생으로, 1993년 시 「서울의 겨울」로 등단하고, 1994년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장편소설로는 『검은 사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이 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2016년 부커상, 2023년 메디치상 등 수많은 국제 문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작가이다.
💬 핵심 문장 및 이미지
- 첫 문장: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 인용문:
“심장이 다시 뛸 거지. 그렇지, 이 물을 마실 거지.”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 이미지: 눈보라, 검은 통나무, 칠흑 같은 어둠, 촛불
이 모든 시각적 장치는 사랑과 고통의 온도를 동시에 전한다.
💡 핵심 메시지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기억은 육체 없이도 존재하고, 사랑은 고통을 감내하는 행위로 나타난다. 이 작품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 바로 이 ‘붙잡음’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 읽는 이에게 주는 감정
이 소설은 독자에게 숙연함을 전하고, 잊혀질 뻔한 이름들과 고통을 다시 불러낸다. 무거운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위로를 찾게 하며, 사랑이 주는 상처마저 인간다움으로 포용하게 만든다.
🔚 마무리 인상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지 비극의 회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 우리의 삶과 윤리, 사랑의 실천에 대해 조용하지만 확실한 물음을 던진다. 그 마음을 붙잡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