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왜 우리는 센치해질까? 감정의 변화와 그 과학적 배경

가을이 오면 왠지 모르게 감정이 센치해진다. 낙엽이 떨어지는 길을 걷고 있으면 어느새 바바리코트를 입은 채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감성에 잠기게 된다. ‘秋男’이란 표현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왜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이 감성적으로 변할까? 여기에 과학적 이유와 함께 감정의 변화를 설명해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가을의 계절적 변화와 기분 변화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는 일조량의 감소다. 가을에는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많은 사람이 기분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우리의 몸과 마음에도 영향을 미쳐, 이를 ‘계절성 기분 장애’로 부른다. 이 기분 장애가 심해지면 우울증이나 양극성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가을비가 내린 후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면서 가을이 찾아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더위가 계속될 것 같았지만, 갑작스럽게 다가온 계절 변화는 우리의 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와 일조량의 감소는 감정의 기복을 유발하며, 이를 계절성 기분 장애로 설명할 수 있다.

가을에 느끼는 감성적 변화

가을이 오면 우리는 종종 감성적인 노래 가사에 마음이 머물곤 한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같은 가사나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같은 가사는 특히 연배 있는 사람들의 입가에 맴돈다. 이러한 가사들은 가을에 더 와닿는 이유가 있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에는 남자들이 센티멘탈해지는 경우가 많다. 낙엽과 바바리코트가 주는 분위기는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싶게 만든다. 이처럼 가을에 느끼는 감정의 변화는 단순한 개인의 기분이 아니라, 계절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심리적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정신의학 전문의들은 이러한 감정 변화를 계절성 기분 장애로 해석한다. 즉, 계절의 변화가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쳐 더 쉽게 감정적인 상태로 빠져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계절성 기분 장애의 연구 배경 및 실험

미국 밴더빌트대의 화학과, 약리학과, 화학·생명 분자공학과 공동 연구팀은 일조량 감소와 신체 활동의 감소가 어떻게 기분 장애로 이어지는지 연구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26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정신건강’에 발표되었다.

연구는 우울증 환자 23명과 일반인 32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들에게 손목시계 형태의 활동 센서(가속도계)를 착용시킨 뒤, 2주간 일상적인 일조량과 활동 기록을 측정하였다. 이를 통해 낮 시간대의 신체 활동, 우울 상태, 광주기 및 광강도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조사하였다.

연구 결과: 낮 시간대의 신체 활동과 우울증의 관계

연구 결과, 낮 시간대의 신체 활동 감소와 우울증의 심화 간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 시간대 활동이 줄어들수록 우울증이 심해졌으며, 반대로 광주기와 광강도가 증가하면 신체 활동도 늘어났다. 특히 실내에서 앉아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증 환자의 기분 장애가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일반인도 계절적 변화에 따라 기분 변화를 경험하긴 했지만, 그 영향은 우울증 환자에 비해 경미했다. 연구팀은 낮의 길이와 햇빛의 강도가 우리의 기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였고, 특히 우울증 환자들은 이러한 계절적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계절성 기분 장애의 관리 방안

이러한 계절성 기분 장애를 관리하기 위해 연구팀은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손목에 착용하는 가속도계를 통해 운동 활동 패턴을 측정하면, 계절성 기분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정신건강 관련 의료진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론 및 기대 효과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겪는 계절성 기분 장애는 생각보다 더 흔하고, 그 영향도 크다. 하지만 자신의 질병 패턴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절성 기분 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같은 새로운 도구를 활용하여 효과적인 치료와 예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조기 발견해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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