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시스템의 기원과 목적
현대 학교 시스템의 기원은 효율적인 노동력 양성에 맞춰진 테일러주의에 기초한다. 테일러주의는 작업자와 관리자를 분리하여 생산성 극대화를 꾀하는 시스템으로, 여기서 학교는 철학자나 학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노동자로 구성된 사회를 지향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1912년 미국 일반교육위원회는 학교의 목표가 ‘철학자나 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세대가 불완전하게 수행했던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노동자를 기르는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이에 따라 공장식으로 시간과 규율에 따라 움직이도록 종소리와 책상 배열을 도입하여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켰다.
손다이크와 ‘평균’의 이상
에드워드 손다이크는 교육을 통해 우등생을 선발할 수 있는 제도를 구상하며 평균적 인간의 이상을 도입했다. 손다이크는 프랜시스 골턴의 신조에 따라 특정 재능을 가진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도 우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교육에 적용했다. 이런 평균주의는 결국 우생학적 발상과 결합하여 모든 학생을 평균적으로 평가하려는 시도를 낳았다. 이로 인해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이 간과되었고, 일률적인 평가 체계가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 교육 제도의 역사와 변화
한국 교육 제도도 평균을 추구하는 평가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체력장과 학력고사는 1992년까지 학생의 하루 성과로 모든 점수를 결정하는 방식을 따랐고, 이후 수학능력시험에 내신과 논술이 추가되어 학생 평가의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수능 점수는 평균적으로 분포되지 않고 쌍봉형 구조를 가지며 특정 집단의 집중적인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 의대 진학을 목표로 초등학교 시기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경쟁은 학생 간 계층화를 고착화하며, ‘수저론’과 같은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수능의 사회적 영향과 학교의 의미 상실
수능은 노동자와 관리자를 구분하는 평가의 기능을 넘어 사회적 계층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수능의 문제는 점점 더 어려워져 1%의 상위 집단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학교 교육의 필요성을 점점 약화시킨다.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등에 업고 학원과 사교육을 통해 수능 준비에 집중하며, 반면 공부에 소외된 학생들은 학교 교육에 대한 흥미를 잃고 방치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사회의 계층화 비유와 미디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낸 사회적 계층화는 미디어에서도 자주 반영된다. 예를 들어, 드라마 ‘흑백요리사’와 ‘오징어 게임’은 계층 간의 극단적인 대비를 사회 비유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프로그램 ‘프로젝트7’에서는 아이돌을 선발하기 위해 내신과 수능을 결합한 점수 시스템을 도입하여 손다이크의 ‘재능 있는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신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인 연습생 사쿠라다 켄신이 “모두 함께 데뷔하고 싶다”는 발언은 한국의 줄세우기 문화와 상반된 인식을 드러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결론: 평균주의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
한국의 수능은 계층화와 줄세우기 문화를 더욱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 시스템은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모든 학생을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교육 제도가 진정한 학문적 탐구와 개인의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시금 고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