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델 베리 <정화> (류시화 옮김)

봄이 시작되면 나는 대지에
구멍 하나를 판다 그리고 그 안에
겨울 동안 모인 것들을 집어넣는다
종이 뭉치들, 다시 읽고 싶지 않은
페이지들, 쓸모없는 말들,
파편들, 실수들을
또한 헛간에 보관한 것들도
그 안에 넣는다
햇빛과 땅의 기운,
여정의 일부를 마친 것들을

그런 다음 하늘에게, 바람에게,
충실한 나무들에게
나의 죄를 고백한다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생각하면
나는 충분히 행복해하지 않았다
나는 너무 많은 소음에 귀 기울였다
경이로움에 무관심했다
찬사를 갈망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곳에 모여진
몸과 마음의 쓰레기들 위로 구멍을 메운다
그 어둠을, 그 죽음 없는 대지를 닫으며
그 봉인 아래서 낡은 것이
새것으로 피어난다

  • 웬델 베리 <정화> (류시화 옮김)

[시마인드맵] 나의 꿈 – 한용운(韓龍雲)

나의 꿈 – 한용운(韓龍雲)

당신이 맑은 새벽에 나무그늘 사이에서 산보할 때에
나의 꿈은 작은 별이 되어서
당신의 머리 위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습니다.

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히 앉아서 글을 볼 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당신의 책상 밑에서 “귀똘귀똘” 울겠습니다.

어머니의 기도: 전쟁 속 간절한 사랑과 믿음의 노래

어머니의 기도
– 모윤숙 (毛允淑)

놀이 잔물 지는 나뭇가지에
어린 새가 엄마 찾아 날아들면
어머니는 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산 위 조그만 성당 안에 촛불을 켠다.

바람이 성서를 날릴 때
그리로 들리는 병사의 발자국 소리들!
아들은 어느 산맥을 지금 넘나 보다.
쌓인 눈길을 헤엄쳐
폭풍의 채찍을 맞으며
적의 땅에 달리고 있나 보다
애달픈 어머니의 뜨거운 눈엔
피 흘리는 아들의 십자가가 보인다.
주여!
이기고 돌아오게 하옵소서.
이기고 돌아오게 하옵소서.

                      - 시집 《풍랑》(1951) 수록

작품 개요

모윤숙의 생애와 배경
모윤숙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활동하며 문학적 독창성을 보여준 시인이다. 그녀는 한국 문학사에서 종교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다루며 독특한 시각을 선보였다. 특히 시집 《풍랑》에 수록된 작품들은 그녀의 시대적 고뇌와 깊은 신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작품의 시대적 맥락
《어머니의 기도》는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적 고통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종교적 색채를 통해 구원의 희망과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를 표현한다.

작품 구조
이 시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초반부는 자연 속 어머니의 평화로운 모습을, 중반부는 전쟁터에서 고난을 겪는 아들을 위한 기도를, 후반부는 승리를 간구하는 어머니의 희망을 그린다.


주요 내용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
작품 속에서 아들은 어린 새로 비유된다. 이 새는 어머니가 보호하려는 소중한 존재로, 전쟁 속에서 위험을 겪는 아들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어머니는 성당에서 촛불을 켜며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으로 신앙적 희망을 보여준다.

전쟁과 아들의 고난
아들은 험난한 산맥과 폭풍 속에서 적지로 향한다. 이 여정은 전쟁의 혹독함을 상징하며, 피 흘리는 십자가는 예수의 고난과 아들의 희생을 연결 짓는다. 이를 통해 전쟁의 비극과 인류의 고통이 묘사된다.

기도와 간구
어머니는 “주여!”라는 외침과 함께 승리를 염원한다. 반복되는 기도는 그녀의 간절함을 더욱 강조한다. 성당에서의 촛불과 간구는 종교적 의지와 구원을 상징한다.


작품 해석과 의미

종교적 상징과 믿음
촛불과 십자가는 작품에서 중요한 종교적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는 전쟁 속에서도 신앙이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함을 보여준다.

전쟁의 비극과 어머니의 사랑
전쟁의 고통은 어머니의 간절한 사랑으로 중화된다. 이 시는 모든 어머니의 보편적 사랑을 통해 민족적 고통을 대변한다.

문학적 가치
《어머니의 기도》는 간결한 시어와 상징성을 통해 1950년대 한국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전쟁 문학의 한 축을 형성하며 종교적 색채를 강조한 점이 독보적이다.


사례와 분석

전쟁 문학의 대표작 비교
김소월의 <초혼>과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은 전쟁과 죽음을 다루는 점에서 유사성을 가진다. 또한, 전쟁과 종교를 연결한 문학적 표현은 이육사의 <절정>과 박완서의 소설 속 어머니의 모습과도 비교된다.

어머니와 기도의 역할
기도는 작품에서 희망과 인내의 상징이다. 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표현되며, 전쟁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는 인간성을 나타낸다.


확장적 질문

전쟁 속 종교의 역할
종교는 인간에게 위안과 희망을 제공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종교적 문학은 신앙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현대 독자에게 주는 교훈
어머니의 기도는 가족 간의 사랑과 희생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또한, 전쟁과 평화에 대한 현대적 성찰을 이끌어낸다.


어느 회사의 웃픈 사훈 탄생 이야기

어느 회사에서 사훈을 새로 정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공모를 제안했다. 많은 사훈이 제출되었고, 직원들의 투표 결과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훈은 바로 이 문구였다.


일직집에 가고싶다 (日職集愛 可高拾多)

이 사훈은 하루하루의 업무에 애정을 모아야 능률이 오르고 그로 인해 얻는 것도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경영진 측에서는 이 사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일직가서 모하시개 (溢職加書 母何始愷)

경영진의 입장은 업무와 서류가 넘쳐나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이 가정을 돌보며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즉, 현실적인 고민을 반영한 비판적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처음 정해진 사훈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회사 측은 직원들의 뜻을 존중하면서도 조금 더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 다음과 같은 사훈을 최종적으로 채택했다.


하기실음 관두등가 (河己失音 官頭登可)

이 사훈은 물 흐르듯 묵묵히 열심히 일하면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무 말 없이 성실히 일하는 태도가 결국에는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염병하네 (鹽昞下內)

마지막으로, 한 사원의 재치 넘치는 댓글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염병하네”라는 표현은 세상의 소금과 빛과 같은 존재로서 자신을 낮추며 살아가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가을의 기도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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