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의 상징, 천리안: 그 영광과 쇠락

천리안의 유래와 시작

‘천리안’이라는 이름은 천 리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눈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 역사서인 위서 ‘양일전’에서 비롯되었는데, 양일은 위나라의 광주 지사로, 먼 곳의 정보를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진 인물로 전해진다. 또한 불교 용어인 천안통(天眼通)과도 일맥상통하는 의미를 가진다.

천리안은 1985년에 한국데이터통신(현 LG데이콤)의 전자사서함 서비스로 시작되었다. 당시 ‘비디오텍스’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서비스는 1992년 본격적인 PC통신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는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과 함께 PC통신의 전성기였으며, 한국이 IT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천리안이 이끈 PC통신의 시대

천리안의 상징적인 연결음 ‘삐이익 삐익 삐익’은 당시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소리였다. 느린 속도와 비싼 전화 요금에도 불구하고, 천리안은 시공간을 초월한 소통과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했다. 이 서비스는 이메일, 게시판, 채팅방, 동호회(카페), 온라인 장터, 게임, 소설 등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와 서비스를 제공하며 새로운 문화 현상을 일으켰다.

특히, 네티즌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온라인 동호회 붐이 일었으며, 오프라인 정모와 번개 모임도 유행했다. 천리안을 통해 만난 커플들이 탄생하는 일도 흔했고, 이는 영화 **’접속’**과 같은 작품에서도 다뤄졌다.


천리안의 쇠락과 서비스 종료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의 등장으로 PC통신 서비스는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웹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천리안은 네이버와 다음 같은 인터넷 포털 서비스들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결국 하이텔은 2007년에, 나우누리는 2012년에, 유니텔은 2022년에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그리고 천리안은 2024년 10월 31일,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운영사인 미디어로그는 시장 상황의 변화로 인해 양질의 메일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종료 결정을 내렸다.

서비스 종료 절차는 이미 진행 중이다. 11일부터 메일과 주소록 백업 기능이 오픈되었으며, 메일 자동전달 및 메일주소 변경 안내 신청도 가능하다. 9월 1일에는 문자메시지(SMS), 뉴스, 인물·운세 등 부가 서비스가 종료되었고, 10월 1일에는 천리안 메일의 수·발신이 중지되었다. 마지막으로 10월 31일에 천리안의 모든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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