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을 위한 장수 퀴즈 프로그램, ‘장학퀴즈’
‘장학퀴즈’는 1973년 2월 18일에 첫 방송을 시작한 고등학생 대상 퀴즈 프로그램이다. 선경그룹(현 SK)의 최종현 회장이 “나라의 미래는 인재 양성에 달렸다”는 신념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탄생했다. 그가 고인이 된 이후에도 그 약속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50년을 이어온 프로그램의 의의
‘장학퀴즈’는 ‘전국노래자랑’보다 7년 앞서 시작된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1993년에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방송 프로그램의 생명은 시청률로 결정되기 마련인데,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학생 퀴즈 프로그램이 반세기 동안 지속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교육을 통해 가난을 벗어나고자 했던 시대적 열망과 한 기업인의 진정성을 담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인재 양성을 통한 기업보국(企業報國)의 뜻이 반영된 결과이다.
장학퀴즈의 업적과 기록
50년 동안 ‘장학퀴즈’는 총 2,344회의 방송을 진행하며 약 2만5천 명이 출연했고, 방송 시간은 2천 시간에 이른다. 초대 MC는 17년간 진행을 맡았던 차인태 전 경기대 교수였으며, 이후 손석희, 원종배를 비롯해 33명의 남녀 아나운서가 거쳐 갔다.
스타를 배출한 장학퀴즈 출연자들
많은 유명 인사가 장학퀴즈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배우 송승환은 휘문고 재학 시절 출연했으며, 1993년부터 약 6개월 동안 진행자로 활동했다. 가수 김광진과 김동률, 국회의원 김두관, 영화감독 이규형, 앵커 한수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재들이 장학퀴즈 출신이다. 특히 영화감독 이규형은 고등학생 시절 장학퀴즈에서 첫 장원을 차지하며, 후에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세운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를 제작했다.
명성 있는 오프닝과 기출 문제의 인기
‘장학퀴즈’의 오프닝 음악으로 사용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은 ‘빰빰빰빰~ 빰빠빠빠빠~’라는 멜로디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도 사용될 만큼 상징적인 음악이 되었다. “전국 남녀 고등학생들의 건전한 지혜의 대결”이라는 오프닝 멘트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서점에는 장학퀴즈 기출 문제집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녹화 날에는 수천 명의 학생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최종현 회장의 어록과 인재 육성의 중요성
최종현 회장은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열 사람 중 한 사람만 봐도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장학퀴즈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그는 장학퀴즈 500회 특집 당시, 약 150억~160억 원에 달하는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말에 “우리는 7조 원쯤 벌었다”고 답하며 기업 홍보 효과와 인재 육성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똑똑하다’는 뜻의 영어 ‘스마트’를 선호해 그룹 산하 선경직물에서 학생복 브랜드명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가수 조영남의 협찬 광고곡으로 그 명성을 높였다.
존폐의 위기와 50주년 기념 특별방송
1996년 시청률 부진으로 MBC가 종영을 결정했으나, SK그룹의 강력한 후원으로 1997년부터 EBS로 자리를 옮겨 방송을 지속할 수 있었다. 2023년 2월 18일에는 장학퀴즈 50주년을 기념해 ‘인재의 비밀’ 특집 방송이 경기도 판교의 SK텔레콤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장학퀴즈는 미래 인재로 성장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문화 코드가 되어왔다”고 전하며, 변화를 창조의 기회로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청소년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