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피어나는 기도의 삶, 부엌의 성자 라우렌시오 수사의 철학

라우렌시오 수사는 17세기 프랑스의 갈메수도원에서 일생을 바친 수도자였다. 갈메수도원은 철저한 규율과 묵상 생활로 알려진 수도 공동체였고, 라우렌시오 수사는 그곳에서 ‘부엌의 성자’로 불리며 일했다. 그의 일상은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이었다. 음식을 만들고, 그릇을 씻으며, 부엌을 청소하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루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이러한 일상 속에서 그는 무엇을 느끼고 있었을까?


여행자의 질문: 단조로운 일상 속 불만은 없는가?

한 여행자가 라우렌시오 수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수사님, 다른 분들은 가르치거나 전도하며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수사님은 평생 부엌에서 종일 일만 하시는데 불만은 없으신가요?” 여행자의 시각에서는 라우렌시오 수사의 삶이 단조롭고 의미 없이 보였을 것이다. 수도원의 다른 이들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성경을 가르치고 사람들에게 신앙을 전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우렌시오 수사는 단순히 부엌에서 조용히 일하며 지내는 것으로 보였다.

여행자의 질문은 라우렌시오 수사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그에게 있어 부엌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다. 그가 어떻게 답할지 궁금해하던 여행자에게 라우렌시오 수사는 아주 짧고도 강렬한 답변을 건넸다.


라우렌시오 수사의 대답: 기도하는 시간이 가장 바쁜 시간

라우렌시오 수사는 미소를 띠며 조용히 답했다. “나는 기도하기 바빠서 불만을 토로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의 말은 겉으로 보기에는 부엌에서의 반복적인 업무일지라도, 그 안에는 깊은 신앙의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암시했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단순한 일이 아닌 기도였으며, 그에게는 일상이 곧 신과의 교감이었다.

그는 일상 속 작은 행동마다 기도와 마음을 담았다. 청소를 할 때면 그는 “하느님, 이곳을 동산처럼 아름답게 해주소서”라고 속삭였다. 부엌이 단순히 음식을 준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가 기도와 정성을 담아 하느님의 동산처럼 가꾸는 장소였다.

설거지를 할 때도 그는 그저 그릇을 닦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 그릇에 복이 가득하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하며, 그릇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전해지길 바랐다. 라우렌시오 수사는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가 누군가에게 복과 은총이 되기를 원하며 부엌에서 정성스럽게 일했다.

또한, 음식을 준비하며 그는 “이 음식을 먹는 이에게 은총이 가득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그의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그가 기도와 사랑으로 만든 하느님의 축복 그 자체였다.


기도가 일상이 된 삶

라우렌시오 수사는 그의 대답처럼 기도하는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부엌에서의 모든 순간을 신과의 대화로 채웠다. 그에게는 청소, 설거지, 요리라는 일상의 반복이 아닌, 하느님께 은총을 구하는 기도의 시간이었으며, 그렇게 모든 시간이 기도로 가득 찬 삶이었다.

그의 일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조로웠지만, 실제로는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고 바쁜 시간이었다. 부엌에서의 모든 순간이 하느님과의 대화로 이어졌고, 그렇기에 그는 기도하는 시간 외에 남는 시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라우렌시오 수사의 삶은 단순한 노동이 아닌, 기도로 채워진, 깊은 신앙의 발로였다.

그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신앙적 봉사가 아닌, 일상의 순간을 통해 하느님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 순간을 성스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라우렌시오 수사는 그 자체로 신앙의 깊이를 보여준, 부엌에서 기도로 살아가는 성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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