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유의 늪, 어플루엔자: 현대인의 끝없는 소비 중독
어플루엔자(Affluenza)는 풍요(affluent)와 유행성 감염병(influenza)의 합성어로,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소비 지상주의의 병리 현상을 의미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소유 욕구가 더욱 강해지는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쇼핑 중독, 만성 스트레스, 삶에 대한 무력감과 같은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이 개념은 1997년 미국 PBS에서 방영된 동명의 다큐멘터리와 이후 출간된 책에서 유래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그라프, 환경과학자 웬, 듀크대학교 명예교수 네일러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정서적 고통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분석했다.
어플루엔자는 ‘부자병(Wealth Addiction)’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자병은 단순한 신조어가 아니라, 부모의 영향, 사회 및 경제 구조 등 복합적인 요인과 맞물려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다. 돈과 권력에 대한 집착이 물질적 소비 중독으로 이어지며, 심할 경우 범죄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특히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부자병이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이 점점 더 물질 중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과 맞물려 ‘부자 아빠-가난한 아빠’라는 극명한 대조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어플루엔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에 대한 집착을 줄이는 것이다. 행복은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적게 소유하면서 만족을 느낄 때 비로소 찾아온다. 지나친 탐욕을 경계하고, 지속 가능하며 윤리적인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고, 노동 강도를 낮추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스페인의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모든 것을 손에 넣으면 희망이 사라진다. 언제나 어느 정도의 욕심과 희망을 비축해 두어라”라고 말했다.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끝없는 소비의 늪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