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게임의 경계: 드론으로 전쟁하는 시대

국제 군사 게임 대회, 게임과 전쟁의 경계 허물다

2023년 8월, 미국 워싱턴 DC 국립건축박물관에서는 각국 군의 e스포츠 대표들이 모여 전쟁 게임 대회가 열렸다. 미국, 영국,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참가국들이 전쟁 게임 ‘콜 오브 듀티’ 실력을 겨루는 자리였다. 이번 대회에서 미 육군 e스포츠팀이 우승을 차지하고, 영국 공군팀이 준우승을 했다. 또한 2020~2021년 연패를 기록한 미 우주군은 우승을 축하하는 뜻에서 트로피를 우주로 발사해 대회를 기념했다.


e스포츠와 군대의 결합, 신병 모집을 위한 새로운 전략

미국 군대가 e스포츠팀을 창설한 배경에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적 목표가 있다. 미 육군은 2018년 신병 모집을 목적으로 e스포츠팀을 창설했으며, 이후 해군, 공군, 우주군, 해병대, 해양경비대도 각각 e스포츠팀을 구성했다. 영국 육군 또한 게임을 활용한 모병 활동에 뛰어들었다. 영국은 인기 전술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를 활용한 모병 영상을 제작해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랭커스터대의 마크 레이시 부교수는 이러한 군대의 e스포츠 활용이 전쟁 양상을 변화시키는 AI의 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평가한다.


전쟁 시뮬레이션의 역사와 군사 훈련의 발전

전략 게임과 전쟁 시뮬레이션은 고대부터 존재해왔다. 로마군은 전투를 미리 계획하기 위해 모래판 위에 미니어처 군대를 배치했으며, 바둑과 체스 또한 이러한 전쟁 전략을 훈련하는 게임의 일환으로 사용되었다. 최초의 컴퓨터 전쟁 게임은 1948년 미 존스홉킨스대 육군작전연구실에서 개발된 ‘방공 시뮬레이션’이었다. 이외에도 미군은 ‘풀스펙트럼워리어’와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을 실제 훈련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 육군은 2028년까지 훈련용 게임과 시뮬레이션 개발에 26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드론의 역할, 전쟁을 더욱 게임처럼 만들다

현대 전쟁에서 드론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에서는 드론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전쟁의 양상을 바꾸어 놓았다. 드론 조종사는 화면을 통해 원거리에서 적을 추적하고 제거할 수 있으며, 직접적인 피의 경험 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AI 프로그램을 결합하면 적 선별, 추적, 타격까지 자동화가 가능해지면서 드론 전쟁의 게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게이머 출신 드론 조종사의 부상

게임과 전쟁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면서 전장에서 활약하는 드론 조종사 중 게임 경험이 풍부한 ‘괴짜 게이머’들이 부상하고 있다. 드론 조종에는 빠른 판단력과 손-눈 협응 능력이 중요한데, 이는 실제 전투보다는 게임 경험에서 더 잘 연마된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조종사 올렉산드르 다크노는 어린 시절 게임 중독 경험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기른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3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을 제거하는 성과를 냈다. 게임 강국인 한국도 이러한 드론 조종사를 배출할 가능성이 크다.

아파치 헬기, 전차 저승사자의 명성은 끝났는가?

아파치 헬기의 역사와 특징

아파치 헬기는 세계 최강의 공격 헬기 중 하나로, ‘전차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아파치라는 이름은 아메리카 원주민 중 가장 용맹했던 아파치족에서 따왔다. 이 헬기는 시속 365㎞의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30㎜ 포를 1200발 장착하고 있다. 또한, 2.75인치 로켓탄 76기와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16기까지 갖추어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당시 처음 실전에 투입된 아파치 헬기는 이후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 걸프전에서는 탱크 278대를 파괴하며 그 명성을 쌓았고, 이라크전에서는 탱크 80대, 장갑차 140대, 화포 250문을 파괴하며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헬기의 한계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헬기의 효용성은 크게 의심받고 있다. 러시아군의 Mi-28 공격 헬기가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에 의해 처음으로 격추된 사례가 공개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군의 Ka-52 공격 헬기 등도 비교적 저렴한 휴대용 미사일에 의해 차례로 격추되면서 헬기의 가성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개전 이래 러시아군은 300대 이상의 헬기를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장은 그야말로 ‘헬기의 무덤’이 되고 있다.


미군의 헬기 운영 전략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통해 미군 역시 헬기 운영에 변화를 주고 있다. 미 육군은 20억 달러를 들여 개발한 코만치 헬기 사업을 전격 취소했다. 이는 헬기의 공중 정찰 역할이 무인 시스템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군은 헬기 대신 더 저렴하고 더 먼 거리까지 도달할 수 있는 무인기와 유·무인 복합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본과 호주의 헬기 도입 재검토

일본 자위대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아파치 헬기를 추가 도입하려 했지만, 전쟁 양상의 변화로 인해 헬기 계약을 취소하고 무인 공격기를 증강하기로 결정했다. 호주에서도 아파치 도입에 대한 재검토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군의 아파치 헬기 운영 재검토

현재 우리 군은 아파치 헬기 AH-64E 36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의 48대와 합쳐 한미연합군의 아파치는 총 84대에 달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헬기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4조7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아파치 공격 헬기 36대 구매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드론의 파괴력은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 헬기의 효용성은 점점 더 의심받고 있다.


무기 운영의 현실적 고려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기 운영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드론의 파괴력이 크게 증가하면서 헬기의 가성비는 떨어지고 있으며, 이제 무기 운용은 현실적인 효용성에 맞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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