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 기후 변화가 사라진 가을을 만든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한국의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극한 폭염과 폭우가 연속되면서, 가을의 정취는 이제 사라지고 기후 변화가 불러온 극한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23년의 추석은 전통적인 가을의 선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영향을 미쳤으며, 계절 변화는 앞으로도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과 극한 폭염

2023년 추석은 한국 역사상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되었다. 광주에서는 35.7도, 전남 광양에서는 35.4도, 순천에서는 33.6도까지 온도가 치솟았다. 이는 기상관측 이래 9월 최고 기온으로 기록되었으며, 서울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9월 폭염경보가 발령되었다. 부산을 포함한 남부 지역 역시 폭염경보가 내려졌고, 늦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몰려가 더위를 피했다. 9월이라는 가을의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피서객들이 해변을 가득 메우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폭우와 폭염의 연속

추석 연휴 동안 기온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경남 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9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 동안 경남 평균 강우량은 278.6mm였으며, 창원은 529.1mm, 김해는 426.8mm를 기록했다. 이 폭우로 인해 산사태, 침수, 정전 등 다양한 사고가 발생했고, 다대포 해변은 폭우와 함께 흘러온 나뭇가지와 흙탕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극한 기후 현상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나타났다.


글로벌 기후 이상 현상

중국에서는 태풍 버빙카가 상하이를 강타하며 70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되었다. 이 태풍으로 상하이 전역의 교통망이 마비되었으며, 유럽에서도 폭풍 보리스가 폴란드, 체코, 독일 등 중부 유럽을 덮쳐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최소 2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많은 지역이 물에 잠긴 상황이었다. 미국 대서양 연안에서는 역사적인 폭풍우가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기록적인 강우량과 강풍을 가져왔으며, 이어서 허리케인 헬린이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도로와 인터넷이 끊기고 다수의 정전 피해가 발생하는 등 전 세계가 극한 기후에 몸살을 앓았다.


여름이 길어진 한반도

기상청은 최근 한반도의 계절 구분을 변경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각각 3개월씩 지속되었으나, 여름의 길이가 현저히 늘어났다. 과거에는 여름이 평균 98일이었지만, 최근에는 127일로 늘어났으며, 가을과 겨울은 그만큼 짧아졌다. 이에 따라 계절 구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여름이 1개월가량 늘어나고, 가을과 겨울은 줄어드는 방향으로의 조정은 근대 기상 관측 이래 117년 만에 처음이다.


기후 변화의 일상적 영향

기후 변화는 24절기의 의미도 퇴색시키고 있다. 추석 무렵의 가을 분위기는 잃어버린 지 오래이며, 이제는 폭염이나 폭우가 추석의 상징이 되고 있다. 전통 수산물인 명태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강원도 고성에서조차 러시아에서 수입된 명태로 축제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시금치 같은 작물도 생산량이 줄어들며 한 단에 1만원이 넘는 가격을 기록하고 있으며, 김밥 속에서 시금치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지구온난화와 생태계의 변화

매년 반복되는 폭염과 폭우 등 극한기후는 우리 일상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생태계는 급변하고 있으며, 전통 수산물이나 작물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다음 세대는 우리가 알고 있던 가을바람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연과 전통이 우리 기억 속에서만 남게 되는 현실을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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