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필적 확인 문구의 도입과 목적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2005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된 제도이다. 2004년에 발생한 대규모 부정행위로 인해 대리시험을 방지하고 수험생의 필적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답안지에 특정 문구를 따라 쓰도록 하여 필체를 통해 신분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문구의 작성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문장은 12~19자로 구성되며, ‘ㄻ’, ‘ㄹ’, ‘ㅂ’과 같은 겹받침과 특정 자음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필적을 식별하기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이 문구는 수험생들에게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도록 설계된다. 시험 직후 가장 먼저 쓰게 되는 문구인 만큼, 수험생을 응원하거나 희망을 전하는 내용이 주로 선택된다.
필적 확인 문구의 문화적 의미
필적 확인 문구는 단순히 대리시험을 막는 기능을 넘어 다양한 가치를 지닌다. 수험생들에게는 시험의 첫 번째 경험으로 긴장을 완화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국내 문학작품을 기반으로 문구를 선정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홍보 효과를 가져온다. 학생들은 문구를 따라 쓰며 자연스럽게 문학적 감수성을 높이게 된다.
이 문구는 매년 새로운 문구로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며,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올해 수능 필적 확인 문구와 곽의영 시인의 작품
2025학년도 수능의 필적 확인 문구는 곽의영 시인의 ‘하나뿐인 예쁜 딸아’에서 발췌된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이다. 이 문구는 아버지가 딸에게 전하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곽의영 시인의 작품은 자연과 꽃을 비유하며 딸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한편, 딸을 향한 긍정적인 응원의 마음을 담았다. 대표적인 구절로는 “나는 너의 이름조차 아끼는 아빠”와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가 있다. 이처럼 따뜻한 언어로 구성된 시는 수험생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전하기에 적합하다.
곽의영 시인의 ‘하나뿐인 예쁜 딸아’
나는 너의 이름조차 아끼는 아빠/너의 이름 아래엔/행운의 날개가 펄럭인다
웃어서 저절로 얻어진/공주 천사라는 별명처럼/암 너는 천사로 세상에 온 내 딸
빗물 촉촉이 내려/토사 속에서/연둣빛 싹이 트는 봄처럼 너는 곱다
예쁜 나이, 예쁜 딸아/늘 그렇게 곱게 한 송이 꽃으로/시간을 꽁꽁 묶어 매고 살아라
너는 나에게 지상 최고의 기쁨/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함박꽃 같은 내 딸아
역대 필적 확인 문구와 대표 사례
필적 확인 문구는 매년 국내 문학작품에서 선정된다. 수험생들에게 가장 친숙한 문구를 제공하면서도, 각 문구는 그 시대의 정서를 반영한다.
최근 몇 년간의 대표 문구는 다음과 같다.
- 2024학년도: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양광모)
- 2023학년도: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한용운)
- 2022학년도: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이해인)
정지용 시인의 작품은 필적 확인 문구로 가장 자주 인용된 작품이다. 그의 시 ‘향수’는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라는 구절로 2006년과 2017년에 사용되었다. 윤동주의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와 김영랑의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역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는 문구이다.
역대 필적 확인 문구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2024학년도 수능, 양광모 ‘가장 넓은 길’)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2023학년도 수능, 한용운 ‘나의 꿈’)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2022학년도 수능, 이해인 ‘작은 노래2’)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2021학년도 수능, 나태주 ‘들 길을 걸으며’)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2020학년도 수능, 박두진 ‘별밭에 누워’)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2019학년도 수능, 김남조 ‘편지’)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2018학년도 수능, 김영랑 ‘바다로 가자’)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2017학년도 수능, 정지용 ‘향수’)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2016학년도 수능, 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라’)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2015학년도 수능, 문태주 ‘돌의 배’)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2014학년도 수능, 박정만 ‘작은 연가’)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2013학년도 수능, 정한모 ‘가을에’)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2012학년도 수능, 황동규 ‘즐거운 편지’)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 (2011학년도 수능, 정채봉 ‘첫 마음’)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2010학년도 수능,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2009학년도 수능, 윤동주 ‘별 헤는 밤’)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 (2008학년도 수능, 윤동주 ‘소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2007학년도 수능, 정지용 ‘향수’)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 (2006학년도 수능, 정지용 ‘향수’)
결론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단순한 시험 제도를 넘어 수험생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문학적 가치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년 문구가 바뀌며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재조명된다. 이러한 문구는 한국 수험문화와 문학의 연결고리로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